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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20 15:45
난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뜬금 없지만, 난 세상에 퍼져 있는 속독법이니, 효율적인 독서 방법이니, 2~3일에 한 권씩 책을 읽어야 성공한다느니 하는 이야기들을, 언젠가부터 나 스스로 터무니 없는 낭설로 치부해 버리고 있다. 세상엔 결정적인 증거가 있으니까. 책을 많이 읽은 사람들이 만든 세상은 고작 딱, 이 정도이다. 

난 책을 많이 익힌 사람을 좋아한다. 
책을 익히는 것은 힘들다. 많은 시간이 걸리고, 때론 인생을 바쳐야 한다. 하지만 분명, 책을 많이 익힌 사람들은 언제나 슬로우 슬로우. 느리고 느리지만, 자신이 가진 것을 뽑내지 않고 사람들의 다양성과 가변성을 인정한다. 수 많은, 가족을 버리고 종교에 귀의한 분들을 보고 있노라면, 과연 저 사람들이 신을 선택 했기 때문에, 사회 생활을 잘 하지 않기 때문에 저렇게 평화로운 것은 아니라 생각한다.

어릴적의 똑똑했던 난 책 읽기의 광이었다. 

왜 그랬는지 어릴적엔... 
집에 이솝우화, 위인전, 백과 사전 같은 것들이 잔뜩 있었는데,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언제나 하루에 한 권 씩 책을 읽는 버릇이 있었다. 몇 살까지 그 버릇이 계속 되었었는지 기억은 안나지만, 지금은 생각도 안나는 책들을 읽었던 기억만은 생생하다.

왜 그랬는지 어릴적엔...
뭔가 한 번 보면 외우는게 자랑이었다. TV에 새로 시작한 만화 주제가나, 명상의 시간에 불러 주는 시 한 구절, 선생님이 골라주신 시 한구절을 뚝딱 외우곤 "참 잘했어요" 도장받고 당당하게 나가 놀었다. 몇 살까지 그 버릇이 계속 되었었는지 기억은 안나지만, 지금은 생각도 안나는 시들을 외웠던 기억만은 생생하다.

맹목적으로 책 많이 읽은 이들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자명하다. 기억나지 않으니까. 
(책 많이 읽은 모두를 묶어 매도하는 것이 아니라, 맹목적으로 사회의 틀에 끼워 맞춰, 기억도 나지 않을 글자들을 눈새김한 이들을 좋아하지 않는 것이다. 게 중엔 정말 자신이 읽은 몇 천권의 책 내용을 기억하는 이들도 있다.)

왜 그랬는지 나이가 들면서... 
책을 멀리하게 되고, 뭔가 외우는 것에 질려버렸다. 아니, 세상의 틀에 끼워 맞춰져 있는 자신이 보기 싫었다. 다시 책을 잡게 되었을 때는 더 이상 빨리 읽을 수 있지도, 예전처럼 내용을 줄줄 외울 수 있지도 않게 된 자신을 발견하고 무척 괴로워했다. 마치 슬램덩크에 나오는 정대만처럼... 어쩌면 스스로의 과거를 부풀려 기억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해가며.

생에 대한 열정. 
그것 하나로 공부하고 일에 대한 것들에 열중하며 다시 책을 읽게 된 지 한 8년정도 된 것 같다. 나빠진 머리로 다시 책을 잘 읽는다는 것은 무척 괴로운 일이었다. 특히 시험을 봐야 하는 경우에는 더욱 더. 

그래서 머리 나쁜 나를 위해 고안해 낸 방법.

책을 읽으면서 
1) 마음에 드는 구절, 중요한 구절을 포스트잇으로 표시해 두거나, 메모지에 그 구절을 적어 놓는다. 
2) 책을 다 읽은 후, 적어 놓은, 혹은 표시 해 둔 부분만 읽어 본다.
3) 몇 번을 다 시 읽으면 그 부분만은 머리 속에 남게 된다.
4) 생활에 적용한다. 아니, 적용될 때까지 노력한다.

이 프로세스를 적용하고 나면 내가 익힌 책은 나와 하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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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꽃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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